11. 죄를 밝히는 율법


율법은 아무것도 온전하게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죄를 하나도 짓지 않았다고 소리치던 사람도 십계명을 하나하나 읽어 가다 보면 그 소리가 쑥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율법을 주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율법의 목적은 인간에게 죄를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지 인간의 죄성을 없애려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이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고 들어 보면 속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납니다. 의사는 그 소리를 듣고 병을 진단합니다. 한약만 달여 먹던 사람들이 청진기를 보고 그 생긴 것이 녹용이나 인삼 뿌리와 비슷하다 하여 그것을 삶아 먹는다고 해서 병이 낫겠습니까?


청진기가 병을 진단하는 것이듯이 율법은 인간의 죄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청진기를 가슴에 댄 의사의 귀에는 환자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도 환자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듯이 자기가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양심이 약간 아픈 정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율법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볼 때 ‘아이고, 죽을 죄인이로소이다.’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율법으로 우리의 죄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는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온 세상으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게 하려 함이니라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로마서 3:19-20)


율법으로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다고 했습니다. 죄를 진단하는 도구로 영혼을 살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죄 정함, 바로 그것 때문에 율법을 주셨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제가 언젠가 어느 서점에 가서 책을 몇 권 고른 후에 흥정을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대금을 지불하려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뜻밖에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값을 다 정한 뒤라서 참 곤란했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흥정을 한 것입니다.


어설픈 저의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와 같이 일단 치러야 할 값이 정해진 그때부터 제게 지불 책임이 지워졌습니다. 성경도 그와 같습니다. 법을 정해 주기 전에는 사람이 걸릴 것이 없으므로 큰소리를 쳤습니다. 어디든지 자유로웠습니다. 그러나 법이 죄를 지적한 후부터는 죄를 알기 때문에 자유가 없어진 것입니다.